“이놈들은 밤이면 모여드러 도적질할 니약이 남의 것 빼아슬 니약이 남과 쌈할 니약이 남 죽일 니약이 그따윗 니약이 뿐이데 그려. 자-이것 보게. 파리통 가저 오너라 모긔향 가저 오너라 빈대약 가저 오너라 벼룩약 뿌려라...이 따위 소리가 말금 죽이자는 니약이가 안인가.” 위 내용은 1920년대의 대중잡지 별건곤 제8호(1927년 08월 17일 발행)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. 여기에 특이한 것은 “파리통”이지요. 이 파리통은 유리통에 물을 부어 채우고 파리가 많이 모이는 곳에 놓은 다음 뒤 가운데 바닥에 밥덩이나 된장을 놔두고 맨 위 구멍을 막아둡니다. 그러면 밥덩이를 먹으러 밑으로 기어들어간 파리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유리벽에 부딪혔다가 물로 떨어져 죽게 되지요. 조선 전기의 학자 성현(成俔)의 수필집 ≪용재총화(齋叢話)≫에는 파리를 사러 다니는 “승목사”라는 직업이 있었다고 하는데 일제강점기만 해도 이 “파리통”이 쓰인 듯합니다. 요즘이야 위생적인 생활 덕에 파리가 많이 없어지긴 했는데, 지금은 파리를 잡으려 파리채, 전기채를 쓰거나 끈끈이를 붙여놓거나 독한 살충제를 씁니다. 이런 것들보다는 추억의 파리통이 훨씬 낫지 않을까요?/푸른솔겨레연구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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